자. 기왕 당첨됬으니 리뷰를 쓰자.
* 네타가 다수 포함되어 있으니 책을 읽으실 분은 아래 글을 읽지 말아주세요 *
나를 깜짝 놀라게한건 갑자기 도착한 소포였다.
무얼 주문한것도 없는데 19일 토요일, 아침에 택배 아저씨가 전화가 와서 어머니께도 주문하신게 있냐 여쭤봤지만 모른다하셨다. 소포의 정체는 말 그대로 오리무중. 하지만 11시쯤 도착한 레드와인색 상자에 적힌 것은 '이글루스'의 이름과 '루다와 문과 드래곤'. 와, 나 당첨됐구나 싶어 입이 귀에 걸린채로 포장을 뜯으니 그, 뾱뾱이라고 하던가? 버블포장지? 아무튼 책 보호차원에서 공기버블비닐로 잘 포장되어있는 파란 표지의 책 한 권 이었다.
어이쿠, 귀여운것.
솔직히 스트레스를 받게되면 거의 대부분의 경우 책을 지르기때문에 이런 공짜책선물은 너무도 반가운것이다. 아유, 이뻐. 더군다나 뒷표지에 쓰여있던 글로 앞표지를 보고 생각했던, 타이틀의 문이 moon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라고 파악은 했지만 대체 드래곤과 한국인은 무슨 관계지?
아무튼 받자마자 책을 읽었어야 했건만.. 대체 시험기간이 뭔지. 한시간정도를 들여 한번에 독파해버리는 나로써는 조금조금씩 짬날때만 읽어가는 스토리가 감질나기만했다. 그래서 맨 끝, 라스트부터 먼저 읽었다. 그런데 이건 무슨 뜬금없는 소리...
니라는 뭐하는 아이고, 대체 '문'은 루다와 무슨 관계이며 루나르와 루다, 그리고 루나르의 꿈은 무슨 관계지?
알수가 없었다. 아무래도 처음부터 읽어야 내용 파악이 가능할 것 같아 시험이 끝나던 날, 손에 잡고 한번에 읽어내려갔다. 라스트부분의 의문이 차근차근 풀려가는 것을 느끼며 한 글자도 놓치지 않으려고 눈을 부릎뜨고 책을 읽어내려갔다.
읽고나서 생각한 점은 역시 이런식의 판타지가 더 좋다는 것이다.
'문'을 통해 연결된 또 다른 세계. 그리고 그 문을 열 수 있는 것은 오직 루다뿐이다. 새로운 새상에 갑자기 뚝 떨어지는 것도 아니고 그 곳으로 환생하는 것도 아닌, 그냥 우리 세계의 아무 능력도 없는 고등학생이 '문'이라는 매개체를 가지고 세계를 넘나드는 것이다. 그것도 자신의 의지로 가는것도 아니다. '루다'는 말 그대로 세계와 세계를 연결하는 '키' 인 셈이다. 아무 능력도 없던 그가 갑자기 그 능력을 각인하게 된 것에는 어떤 특별한 계기가 있던 것도 아니다. 우연히 만난 '루나르'의 환상술이 통하지 않았고, 그 이후 집에 와 '문'을 열자 그대로 다른 세계로 날아간것이다. 잘 간것도 아니고 가자마자 죽도록 맞았다. 하지만 그 '문'의 기능을 자신이 조절할 수 있는 것이 아닌 루다는 문이 닫히지 않게 유지하는것이 최선이었다.
또 대부분의 판타지가 그렇듯, 드래곤은 항상 먼치킨이다. 최강의 생물이며 못하는 것이 없고 한없이 다양한 가능성의 중심에서 사는 존재이다. 그렇지만 '루다와 문과 드래곤' - 이하 '루문드' 에서 나오는 드래곤 - 니라 에스라크는 다르다. 그녀는 초반부부터 자신의 생명인 드래곤하트를 잃는다. 그리고 드래곤 니라 에스라크와 연결되어있던 '우리 세계의 니라 에스라크'도 죽는다. 아니 죽는것이 아니라 사라진다. 하지만 역시 그녀를 도와주는 것도 루다다. '니라 에스라크'를 다른 세계와 연결하는 '키'가 루다인 셈.
역시 루다는 열쇠다. 그리고 문은 말 그대로 문Gate이고 니라는 드래곤이자 실체가 없는 인간이다.
그리고 또 한사람. 담임선생님. 책에 직접적인 언급은 없지만 그 분이 아마 오크대투사 '트레트 나르'가 아닐까. 단지 내 짐작일 뿐이지만.. 그건 다음 권 '루다와 문과 인공요정'을 읽어보면 알겠지. 거기선 '트레트 나르'의 힘을 받은 루다가 그 힘을 어떻게 쓰는지, 혹은 그 힘의 의미를 알게 될지도 모르니까.
간만에 읽은 재미있는 판타지였다. 홍정은 작가님의 문체의 느낌이랄지 개인이 가진 색이랄지가 더 선명해진 듯한 느낌이었다. 먼치킨이 잔뜩 등장하는 장르문학보다는 역시 인간다움이 느껴지는, 기발하다 말할 수 있는 스토리가 좋다. 특히 진부한 부분 없이 쑥쑥 넘어가는 느낌이 좋았다. 몇 권으로 완간될지는 모르겠지만 몇 권이 되건 끝까지 다 '루문그'와 같은 느낌으로 이어져 마지막엔 완결이라는 사실에 아쉬움을 느낄 수 있길 기도해보자. 그리고 지금도 글을 쓰시고 계실 작가님에게 좋은 글에 대한 작은 감사의 말을 드려본다.



